찌아찌아 한글승인, 1년 노력끝의 결실

창조 2010.07.26 12:59 조회 수 : 1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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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계 "중요한 고비 넘겨"…찬반양론은 여전
"현지 사회문화 존중해 신중히 접근해야"
(바우바우 < 인도네시아 > =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인도네시아 정부가 바우바우시(市) 거주 찌아찌아족(族)의 한글 도입을 공식적으로 승인함에 따라 한국 학계의 한글 보급 사업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는 이번 승인으로 한글이 소수민족 언어 보전의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외래문자 도입을 '문화적 침략'으로 보는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떻게 하면 바우바우와 한국이 진정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교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印尼정부 공식 승인 의미는 = 인도네시아 정부가 찌아찌아족(族)의 한글 도입을 승인하게 된 것은 소수민족 언어가 사멸돼가는 상황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1980년대부터 각 지방의 소수민족 언어들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며 이를 보전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바우바우시(市)가 있는 부톤섬에서만 한때 30여개에 이르던 다양한 소수민족 언어가 현재 10여개로 줄어드는 등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소수언어가 사라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알파벳을 표준어 표기 문자로 쓰고 있지만 이곳 소수언어 상당수는 알파벳으로는 발음을 완전히 구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지 학계에서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해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은 소수언어 보전을 위한 실질적이고 참신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하사누딘大 인문대학 스타니슬라우스 산다루파 교수는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라며 "알파벳이 인도네시아의 소수언어나 표준어의 발음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심을 갖게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독창적이고 우수한 문자라는 한글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해왔던 한국 학계 입장에서도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승인은 의미가 크다.

과거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유역의 오로첸족(族)이나 태국 치앙마이의 라오족, 네팔 체팡족 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이중 대부분이 국가의 동일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지역ㆍ중앙정부가 막아선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 앞장서온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데도 문화 보존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우리의 뜻을 중앙정부가 이해해줘서 다행"이라며 "중앙정부가 한글 사용을 공식 승인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한글전파는 문화적 침략"…반대는 진행형 = 지난해 8월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 사실이 한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바우바우시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지식인 사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반대 진영에서는 기존의 알파벳을 사용해 소수민족 언어를 표기하면 되는데 왜 굳이 바다 건너 한국에서 새로운 문자를 들여오는지 모르겠으며 이는 국가의 통일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찌아찌아족이 한국어를 공용어로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글만을 표기문자로 도입했으며 문자는 특정 문화와 상관없는 기호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맞섰다.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자 바우바우시의 중앙정부 설득 작업도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와 함께 이번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학과 전태현 교수는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시장이 지난 6월 초 인도네시아 30개 주의 언어청 관계자들과 여섯 시간이 넘는 `끝장토론'을 벌이고서야 대략의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바우바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술라웨시주 지방언어 보전을 위한 국제 학술회의'에서 한글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표자로 나선 함자 마흐모에드 박사는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기존의 알파벳으로도 힘에 겨운데 굳이 새롭게 한글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NGO(비정부기구) 룰즈 오브 디벨로프먼트 연구원인 바바라 프라이버그씨도 "외국 것을 굳이 쓸 필요 없이 룬따라(인도문자에서 유래한 마카사르섬(島) 전통문자)같은 전통문자를 이용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호영 교수는 "한국은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쓰도록 강제할 권한이나 힘이 없다. 시의 요청으로 연구를 했더니 찌아찌아어의 발음 방식과 한글이 많은 유사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와 한글을 소개하게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3일간 열린 이 행사는 18∼19일에는 여느 학술행사와 마찬가지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이 교수가 첫 발표를 맡은 이날만큼은 한글 도입을 두고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마치 공청회장을 방불케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 "초심 잃지 말아야" =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승인으로 한국과 바우바우시 사이에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 한글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다가서려 한다면 문화적 충돌로 인해 한글 보급 사업부터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음주가 금지돼있는데도 최근 한 한국인 대학생이 술에 만취한 채 이곳 젊은이와 시비가 붙어 시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지난 20일에는 20여명의 경북대 봉사단이 학술대회 폐막 행사에 참가하려다 일부 학생이 반바지나 민소매 상의 차림을 하고 있어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태현 교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자국이 동남아를 이끌어가는 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접근했다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지금껏 일군 성과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바우바우시민 상당수가 한글 도입이 일방적인 `한국화'의 시작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과의 교류를 원하는 한국 민관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ㆍ문화 관련 NGO인 렘바가 리스펙트에서 활동하는 나스루딘(29)씨는 "코리아센터 건립 등 지금까지 진행돼온 사업을 보면 모두 한국이 바우바우에 일방적으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바우바우와 찌아찌아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문화교류 아니겠나"며 꼬집었다.

전직 기자이자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대학인 인도네시아大 학생인 유스란 다르마완(30)씨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제국주의 식민지배의 상처가 있어 한글 도입을 걱정스런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순수하게 찌아찌아족 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을 이곳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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