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말하는 홀드 백(Hold Back) 이라는 용어는 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hold back'이 지닌 '방해, 정지, 지연, 저지'등의 사전적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영화의 경우에는 수입을 거두는 통로가 단계적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관객을 상대로 수익을 거둔 이후, 비디오나 DVD와 같은 렌탈 혹은 셀스루 매체로 수익을 거두고, 다시 케이블TV의 영화채널과 공중파방송등으로 순차적으로 시차를 두고 상영을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이것은 영화가 한 분야에서 확실한 수입을 거두고, 다음 분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수익보장이다. 예를 들어, 극장에서 오늘 개봉을 하는 영화를 같은 날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면, 극장의 관객수입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매체별로 독립성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이 바로 홀드백이다.

과거에는 영화의 경우, 1차매체인 극장에서 2차매체인 비디오시장으로 가는 것이 6개월 정도가 걸렸고, 비디오에서 케이블 TV로 가는것에 다시 3~6개월, 케이블TV에서 공중파로 넘어가는 것이 6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관행이 완전히 무너져서, 극장에서 영화가 막을 내리기 무섭게 비디오가 출시되고, 비디오 출시 이후 1개월 정도면 케이블 TV에서 영화를 볼 수 있으며, 공중파 방송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극장 개봉후 1년만에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급규모의 영화는 개봉 반년만에도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경우도 있다)

홀드백이 무너지게 된 것은, B급 영화들의 비디오출시가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B급 영화들은 일회성 극장대관과 같이 이름뿐인 극장개봉을 한 뒤, 비디오를 출시할 때, 정식 극장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A급 영화와 같은 비디오가격을 받았다. 업계용어로 '단타판매'라고 하는 이러한 전략이 일반화되며, 이는 차차 저예산 영화나 예술 영화에까지 적용되게 되었고, 여기에 불법다운로드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되며, 2차 매체인 비디오나 DVD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며, 홀드백은 결정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 DVD 셀스루 시장이 극장보다 더욱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불법다운로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데다, 플레이어의 대중화가 늦어지며, DVD 시장 자체가 발을 붙이지 못했다. DVD 시장과 함께 2차 매체로 호황을 누리던 비디오 시장이 동반침체에 접어들자, 영화사에서는 비디오 출시를 위해 별도의 홍보비를 들이기가 어려워졌고, 이는 곧,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을 마치자마자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어 극장홍보의 후광을 엎는, 변종 단타판매 형식이 대세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디오 시장의 홀드백 붕괴는 케이블TV로 이어지게 되었고, 현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제도이다. 몇몇 직배사는 대작영화에 한해 홀드백을 철저히 지킬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제도가 쉽게 제자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