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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인인가? 여종인가?
옛사람에게 여성은 전리품이었을까? 옛 여성의 인권은 참혹했다. 정권 다툼에서 역모로 몰린 관리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가족 중 남성도 같은 운명이었다. 가족 중 여성은 노비가 됐다. 역모를 꿈꾼 적이 없고, 역모가 무엇인지도 몰라도 남자 가족과 연좌돼 비천한 신분으로 전락했다.
고대의 노비는 대개 전쟁 노비였다. 일종의 전리품이었다. 야만적 습속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정변에 이긴 측은 진 측을 죽이고, 부녀자를 노비로 삼았다. 어제까지 얼굴을 맞대던 라이벌을 죽이고, 그 아내나 딸을 노비로 차지했다.
조선 세조 때 유명한 장군이 강순이다. 이시애 난을 평정하고, 압록강을 건너 건주위 여진을 소탕한 그는 조선과 명나라에서 영웅 대우를 받았다. 그는 영의정에 군 업무를 총괄하는 오위도총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예종이 즉위하자 역모죄에 걸려 거열형에 처해졌다. 유자광이 남이 장군을 모함한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불행은 가족에게도 이어졌다. 처첩들이 모두 정적들의 하녀로 분배됐다. 그는 정실 부인이 죽자 부귀(富貴)에 이어 중비(仲非)와 혼인했다. 강순이 죽은 뒤 그의 아내 중비는 유자광의 종이 되었다. 예종 1년 1월13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2년 뒤인 성종 2년 3월 17일 참형이 선고된다. 이유는 전의 종이었던 막산과의 간통이었다. 3심 재판 끝에 왕은 그녀에게 참수형을 결정했다.
그녀의 인생은 참으로 슬펐다. 남편 강순이 죽은 뒤 유자광 집에 보내졌다. 유자광은 남편 강순을 저잣거리에서 수레에 매여 찢겨죽게 만든 원수다. 힘든 종살이를 하던 그녀는 예전 자신의 종이었던 막산(莫山)에게 겁탈 당한다. 막산은 종친인 거평군 이복의 외거노비가 되어 있었다. 막산은 예전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같은 종 신세인 미모의 중비를 강제로 탐한 것이다.
영의정의 아내로 정경부인이던 중비는 남편을 잃고 노비로 추락했다. 게다가 집안의 옛 종으로부터 몸도 유린당했다. 남편이 죽은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녀의 선택은 자살과 자포자기 정도였다.
하지만 삶은 모진 것이다. 체념한 중비는 막산과 살림을 차린다. 그런데 막산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그녀가 중비를 달가워할 리가 없다. 정경부인 출신 새 여자를 맞은 막산은 본처보다 새 여인에게 빠졌다. 중비와 막산의 본처는 대판 싸움을 했다. 험한 세상,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절망한 중비는 종으로 살아갈 생각을 한 듯하다. 막산과 합세해 막산의 아내를 쫓아냈다. 소문은 금세 도성에 퍼졌다.
“정경부인 출신 노비가 예전 자신의 종과 살림을 차렸다”는 말은 발 없는 말이 되었다. 중비의 현재 신분은 종이다. 노비인 막산과 살림을 차린 것은 종과 종의 맺음이다. 옛날 여주인이 남자 종과 관계한 것은 도덕적 비난은 가능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명분에 사는 유학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막산이 옛 주인인 중비와 간통하고 동거했다. 중비가 지금은 종이지만 막산은 그녀의 옛 종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간통이 아니라 종이 주인의 처를 간통한 법률로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교법도로 무장한 조선에서는 남자 종이 여자 주인과 관계하면 사형이었다.
의금부에서는 중비를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인으로 몰고 갔다. 막산의 간악한 핍박이 있었지만 중비가 적극적 항거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정조를 잃은 뒤 막산의 아내가 되기로 작정하고, 막산의 처(妻)를 때려서 쫓아낸 것은 음탕함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임금은 의금부의 건의대로 그녀를 참형(斬刑)에 처했다. 명분은 풍속(風俗)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전통시대 양반 남성들의 이중적인 시각은 여성들을 참으로 슬프게 만들었다.
http://www.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61902720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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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고 여진족을 평정하여 그 명성이 높아 영의정에 오른 강순의 아내 중비
그녀 역시 영의정의 부인으로 정경부인이었으나
유자광이 남이 장군을 역적으로 모함해 죽이며 강순 역시 역적으로 거열형을 당해 죽음을 당한 후
자신의 남편을 찢어 죽인 원수 유자광의 종으로 전락해 버림
하지만 정경부인에서 여종으로 전락한지 1년도 채 안되어
또 다른 종 막산이가 예전의 주인인 중이를 겁탈해 버림
자포자기 하고 자신을 겁탈한 종 막산이와 혼인하여 살고자 했으나
원래 처가 있던 막산의 아내가 간통이라며 대판 싸움
영의정의 부인이었으나
하루 아침에 남편이 찢겨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원수의 종년으로 팔려가고
예전에 부리던 종놈에게 겁탈 당하고
그 종놈의 아내와 싸우는 신세로 전락한 신세도 기구하지만
이 놀라운 소식이 조정에 알려지자
조선의 유교 꼰대들은 풍기문란을 바로 잡는다며
그녀를 참수해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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