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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안의 신화 - 박건호
나는 어렸을 때
하늘에 사람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초등학교 시절에 알았다
그래서 비밀을 간직하기 시작했다
뒷편 서낭나무에서 잡아오던 귀신도
여름 밤 우물가에 날아다니던 도깨비 불도
보지 않았던 것으로 했다
세상을 알지 말자
세상은 알면 아는 것 만큼 꿈들이 무너진다
그리하여 나의 어린 시절은 설레임과 함께
신화의 기슭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가
첨단과학 시대인 요즈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사건들이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한다
유리상자 안에서 시치미를 떼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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